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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조기찌개를 끓이던 저녁이었으니 계절로는 아마 5월쯤이었을 게다,. 알배기 조기 찌개가 쑥갓내음 속에 끓기 시작할 무렵, 형이 대문을 박차고 뛰어들더니 무작정 내 팔목을 잡고 트레인스포팅처럼 마구 달리는 것이었다. 나는 심장이 약해서 그땐 달리거나 빨리 걷지를 못했는데 그걸 잘 아는 형이 그 모양이었다. 더욱이 건희형이 날 질질 끌며 달리는 곳은 약간 경사가 진 언덜길이었다. 나는 숨이 차서 비명도 못지르고 이유도 묻지 못하고 끌려갔는데 골목 앞 언덕에 올라 우태율 한의원 앞에 도착했을을 때는 주저않고 말았다. 

그러나 형이 나를 흔들어 대며 한손으로 가리키는 언덕너머 청계산쪽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을 잊었다. 그 무지개는 온전한 반원이었고 를 구별해 낼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그 아름다움은 숨막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렇토록 명료한 색상의 큰 무지개를 본 일이 없었다. 어쩌다 내가 본 무지개는 부분적이고 흐릿한 것들이어서 나폴레온이 소년시절 무지개를 잡으러 벼랑끝까지 달렸다는 일화를 읽으면서도 공감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날 청계산 위 하늘에 뜬 무지개는 달려가 잡아보고 싶을만큼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무지개는 우리의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눈 앞에서 차츰차츰 희미해지기 시작하였고, 정말로 선녀가 건너다니는 하늘의 구름다리인가 싶을만큼 분명하게 반원의 윤곽이 금세 허물어지더니 한줌의 놀빛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우리는 무지개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그 언덕에 말없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을 잊은 사람들처럼 한의원을 뒤로하고 묵묵히 돌아왓다. 말을 꺼내면 아름다움의 극치를 맛보여준 듯한 무지개의 황홀한 감동이 깨어질 것만 같았다.  

불운하게도 나는 그 이후에도 그렇게 곱고 선명하게 환상적인 색체가 보고 있는 내 눈앞에서 희미해지다가 스르르 한 줌 놀빛이 되어버리는 광경은 다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연히 그 무지개가 내 평생 유일하게 본 아름다움의 극치였으며 그걸 내게 보여준- 내손을 부여잡고 우태율 한의원까지 달음박질 했던 팀장님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식의 무모할 만큼 순순한 열정. 즉 철없음은 결점도 되고 장점도 될 터인데 나는 그걸 장점으로 받아드렸다. 

"그 무지개 일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는 것도 좋았다. "

08.18(水). 1999. 논산 



*사진은 KangHee Grändås-Rhee by Sony ericsson X10 / *글 원문 '마음의 양식' 작자미상 . Re-mixed by Ahopsi

오늘 비가 그치고 무지개 보셨나요 ? 거짓말입니다. 저도 못보았어요. 지난번 기가막힌 무지개를 발견하고 설레여 무지개 트래블로그에 무지개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요. http://blog.travelro.co.kr/53  . 오늘은 같은 사진. 다른감흥. 두가지 이야기입니다. 


광고듣고 가겠습니다.  : 새로운 여행이야기가 시작되는 길. 트래블로 . http://travelr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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