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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 [인도의 넷째날] 진짜 인도를 만나다., 브라마푸트라 아쇼크 호텔, 나가온 어딘가, 아이..



Real India, in Nagaon !


예상치 못한 낙오, 그리고 그로 인해 만날 수 있었던 진짜 인도의 속 모습. 언어는 달라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경계심이나 호기심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국경을 초월한 우정'이라는

지리한 단어에 대한 이해가 무엇인지 피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인도 아쌈 지역, 나가온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기 전의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에서 가져온 기억 한 묶음들. 나는 아직도 그들을 그리워 하고 있다. 










델리에서 카지랑가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델리에서 구와하티 국제공항까지 비행기로 이동하

여 주변에서 1박 후 이른 아침 차를 타고 카지랑가로 향했다. 카지랑가까지는 비행기 편이 없기 때문에

차로 5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도 아니면 기차로 2박 3일을 소요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인도 전역의 도로 사정이 좋을리는 없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 위를 작은 차 안에서 꼬박 견뎌내야

하는 길. 도로 개설 작업, 테라코타 수집 작업 등 곳곳에서 나는 공사 먼지 때문에 더워도 창문은 꼭 닫아

야 했다. 에어컨도 최대로 틀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려 속력도 최대로 냈다. 그러던 와중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나면서 연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 폭발 보다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시골의 도로 한 지점에 차를 세웠다. 그러나 잠시 후 출발하려 할 때, 차는 더 이상 움직

이지 않았다.


카지랑가 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중간 지점. 인터넷도 불가하니 스마트폰의 GPS

시스템을 이용할리 만무했다. 휴대폰도 먹통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현지 가이드는

전화를 걸어 새 차를 불렀다. 구와하티에서 노가온까지. 우리가 왔던 3시간을 그 버스가 다시 건너오는 것

이었다. 오후에 예정되었던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 따위는 싹 잊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 일까?

 

구와하티(Guwahati)에서도 엄청나게 떨어져 있고,

 

카지랑가 국립공원에서도 꽤 많이 떨어져 있다.











 


바로 앞에는 아름다운 늪지가 있었다. 물 안에서 무엇인가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미래, 그러나 아름다운 광경과 새로운 모험에 대한 기대로 기분이 들뜬다. 비로소 여

행의 서막이 올랐다.












이미 주변 민가에서는 외국인이 왔다는 소식이 퍼졌는지, 온통 집 밖에서 우리를 향해 시선을 고정 중이

었다. 우리는 일단 가장 가까운 민가에 들러 화장실을 빌리기로 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건네보았다.

"Bathroom? Restroom?'

사리를 몸에 두른 여인은 손짓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민가의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 뒤를 졸졸 따라왔다. 나는 조금 부담감이 들었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 게다가 남의 집 화장

실에 처음 본 외국인들이 온다면 누구의 기분인들 좋겠는가? 아무리 인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외국인에

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혹시 무례한 일이 아닐까 하여 저어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지판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섰다. (나중에 표지판에 써 있는 영어로 지도 검색을 해

보았지만 해당 지역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다. 약 10분 가량 더 달렸을 때 노가온 시내 중심부가 나

온 것을 보아 그 어디쯤이 아닐까 한다. 구글 맵은 인도에 너무 야박하다.)


생각보다 깨끗한 화장실이 있었다. 좀 전에 코코넛을 사 먹으면서 들렀던 주변 민가에는 화장실이 없었

는데 천만 다행이었다. 우리가 내부 마당으로 들어서자 화장실 바로 옆 방에서,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 보

이는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나이가 지긋하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우리는 자초지종

을 설명했다. 그리고 흔쾌히, 새로운 버스가 올 동안 우리에게 쉬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리셨다.











1

응접실로 보이는 곳. 의자를 여러 개 내주어 모두가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민트색으로 칠해진

내부가 아기자기 하다.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색채'일 것이다. 고유의 의미를 가진 색깔, 혹

은 자신이 좋아하는 화려한 컬러로 옷을 입고 집을 꾸민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 곳이 어디에요?"

"노가온."


Nagaon, Assam, India.

'나가온' 이라고 읽으나 현지어로 '노가온' 이다.












밖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쪼르르 모여 우리를 훔쳐본다.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웃음 꽃을 피우며 우

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기분 나쁘지 않은 관심이었다. 문득 가족관계도가 궁금해 졌다. 두세명의 부

인, 그들이 낳은 딸들, 그리고 그 딸들의 아이들인걸까? 많이 닮은 아이들, 혹은 조금 다른 아이들의 모습

이 섞여있는데 묘하게도 한 가족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마냥 어색하다. 맨 위의 두 남자아이는 유독 말이 없었다. 생김새를 보면 약간 몽골

계가 섞여있다. 이 지역에는 한국이나 중국계 처럼 생긴 인도인들이 정말 많았다. 아래 사진의 남자아이

와 여자아이는 남매 지간이다. 닮은 구석이 보인다. 귀염성 있게, 또 씩씩하게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소년의 나이는 13살. 한국 아이들에 비해 굉장히 외소한 체격이었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했지만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 잘 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거의 유일하게 가족들과 이방인들 사이의 통로

역할을 해주었다. 이름을 물어보았는데 너무 길어서 기억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적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에 희미하다. 바보같이 이름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전화번호는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반증하는데, 수 많은 아이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이는 소년 뿐이었다. 여동생은 9살인가 10살이었는데 영어를 하지 못했고, 소년과 비슷한 또래

로 보이는 남자 아이들도 영어를 할 줄 몰랐다. 혹시 이 집안에서 소년이 대표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

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사실 그보다도 대체 학교가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차로

10분~15분 정도 달리면 번화가가 나오긴 하나 맨발로 걸어다니긴 힘들지 않을까? 물론 나의 관점이다.)











왼쪽 길을 따라 들어가면 화장실이 나온다. 건물이 2개 정도 있는 쾌 큰 민가였다. 오른쪽은 주방의 모습

인가 보다. 초가집 외향을 보고 굉장히 원시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현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거의 다 갖추고 있었다. 콘센트, 가스레인지, 텔레비전, 라디오, 카세트, 심지어 DVD 플레이어도 있었다.


큰 나무를 부러뜨려 땔감으로 쓰고 있던 것 같다. 불을 지펴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혹시 아까 그 소년이 이 나무를 부러뜨린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가?

집에 아이들 말고 다른 남자라곤 백발의 할아버지 뿐이었다.










바쁜 일정, 선블록 만으로는 부족한 듯 하여 햇빛 차단용으로 어제 호텔 웰컴 기프트로 받은 아쌈주 전

통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 한 분이 웃으며 손짓을 하셨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

만 대충 이런 의미인 것 같았다.


'그 스카프. 내가 만들어.'












좁은 통로를 지나 집안 뒤편으로 따라가 보았다.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할머님의

미소가 보인다. 그리고 눈으로 보았다.















아쌈주의 전통 스카프. 그녀는 수작업으로 그 스카프를 만들고 있었다. 옛날로 치면 베를 짜는 모습이다.

놀라운 점은, 베틀(인도에서 부르는 이름은 다르다) 자체도 직접 만든 것 같았다. 인도에서는 공산품보

다 수공예가 더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놀라움이 앞섰다. 정말 장인들의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베틀로 스카프를 만드는 모습 (short video)

커다란 카메라를 든 외국인들을 위하여 직접 스카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신 할머니.

인도에서 아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스카프들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고 나니 그 값어치는 소중해 진다.











모두에 베틀에 정신이 팔려있던 와중, 소년이 나를 부른다. 손짓하며 집안의 어느 곳으론가 인도했다.

짧게 스쳐지나간 풍경들. 온통 나무의 갈색이 주를 이루었지만, 아기자기하고 매력있는 공간이었다. 집

내부에 따로 문은 없었고, 창에는 커다란 스카프나 레이스를 걸어두었다. 마치 화보 속 세트장에 온 기

분이랄까? 그렇게 따라간 곳은 소년의 방. 아이는 자기의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남매는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 화려한 무늬의 시트가 덮혀있는 커다란 침대에서 둘이 같이 잠을 잔다고

한다. 정말 예쁜 남매다. 어릴 적을 회상해 보면, 남동생과 싸우기 일수였다. 오빠를 둔 친구들이라고 다

를 것은 없었다. 듬직한 오빠가 되어 지켜주거나, 여동생에게 짖꿎은 장난을 치거나. 이 둘은 전자일 것

이다.













직계 동생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막내 동생은 나를 무서워 했다. 흰 피부를 가진 외국인은 태어나서

처음 만나본 것일까? 말을 걸어도 웃지 않았고, 다가서면 어머니의 등 뒤로 피했다. 어머니가 앞에 나서

보라고 등을 떠밀면 우는 소리를 냈다. 괜찮아, 괜찮아 라고. 언젠가 너도 델리의 소년들처럼 흰 피부의

동양 여자를 보면 'I love you!'라며 손 키스를 보내게 될까? 아니, 너는 형처럼 순수하게 자랄 것이다.

 














배가 고팠다. 이른 아침 식사 후 코코넛 쥬스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카지랑가 리조트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언젠가 길에서 사두었던 사과를 꺼내 씼는다.

손에 딱 맞는 작은 크기의 사과들이 탐스러운 색을 내고 있다.












정말 탐스럽게 익었다.


한 입 베어무니 상큼했다. 아직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다. 딱 우리 일행의 숫자에 맞게 사온 것이라

가족들에게 대접할 양이 없었다. 한 입 베어물기는 했지만 사과를 아이들에게 건넸다.


배가 고픈 줄 알았나 보다. 소년은 바나나를 따왔다. 집 안에 사둔 것이 아니라, 나무에 올라가 직접 따

온 것이라고 한다. 약간은 독특한 모양이다. 통통하고 길이가 짧은데, 한 입 베어물어 보니 당도가 그리

강하지 않은 바나나 맛이다. 다만 안에 씨가 꽉- 차있어 먹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그럼에도 하나를 다

먹기에는 배가 굉장히 부른 양이었다.

 

모양은 옥수수에 가깝지만, 바나나와 똑같은 맛이다. 실제 부르는 이름도 'banana'란다. 잠시 후 일행 중

한 명이 장난으로 '코코넛 따와봐' 라고 말을 했는데, 아까 그 소년이 진짜 코코넛을 가져와 버렸다. 

이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만큼 순수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위해 코코넛을

따러 나무에 올라갔다 왔다니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게다가 소년은 칼로 손수 코코넛 껍질을 벗

겨주었다. 우리가 길에서 사먹었던 코코넛과는 달랐는데, 껍질이 연두색인 것은 빨대를 꽂아 즙을 마시고

껍질을 벗겨내면 말랑한 속살이 나온다. 이건 겉이 완전히 황토빛으로 말라있어서 썪은 것이 아닌가 했

는데, 즙은 마실 수 없어도 내용물은 먹을 수 있던 것 같았다. 겉이 연두 빛인 코코넛에 비해 과실도 아주

단단했다. 나는 오히려 이 편이 좋았다.

 

소년이 칼질을 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위험해 보이는 터라, 남은 것은 어머니가 대신 해주었다. 순진한 소

년이,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혹시 무모하게 행동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과일 속살의 모습. 겉이 황토빛으로 삭았지만 즙이 없을 뿐 맛있는 과실이 들어있다. 과일이라기 보다는

조금 독특한 맛인데, 약간 짭쪼름 하면서도 아삭거리는 맛이 있었다. 게다가 모두 나눠먹어도 남을만큼

양이 꽤 많았다. 이렇게 허기를 달랬는데, 약간 통통하고 퍼머 머리를 한 Mala가 나를 부른다. 

(Mala는 그 곳을 떠나기 전 그녀가 수첩에 적어준 이름이다. 사실 이름이 아니라 성이지만.)


그녀는 유일하게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았다. 델리, 콜카타 등 큰 도시에서는 아주 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곳에서는 그리 흔치 않았나 보다. 그리 구식이 아닌 핸드폰으로 나

와 사진을 찍자고 했다. 거실로 보이는 곳으로 가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아름답게 장식된 실내였다. 벽돌로 쌓아올려진 공간이 운치가 있었으며 아름다웠다. 밤이 되면 벌레가

득실일지도 모르겠으나 5성급 호텔보다도 탐이 나는 공간이었다. 사실 외국인으로서, 또 인테리어에 관

심이 많은 젊은 여성으로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대체 이렇게 아름다운 천들은 어디서 구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무리 달려도 민가 뿐인 시골일지라도, 걸려있는 빨래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하

지만 시내 어디에서도 그런 무늬들은 찾기 힘들었다. 관광객들은 절대로 구할 수 없는 것들 같았다.


벽 한 켠에 걸려있던 사진. 그녀의 남편이라고 했다. 혹시 두 남매의 아버지 일까? 늠름한 모습이었지만

언제적 사진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저 군인인 남편이 당장 집에 없다는 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차 안에 있던 김을 가져다 주었다. 가족 모두 맛을 보았지만, 특히 막내가 가장 좋아했다. 이 외에 자일

리톨 껌도 하나씩 먹어보았다. 받은 것은 많은데 줄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 근처에서 캔디라도 잔뜩 사

올 걸 그랬나 보다.












인도에서 소 만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개, 그리고 염소이다. 어디선가 소년들이 아기 염소를 데려왔는데

목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집의 소유가 아닐까 한다. 고기를 먹을 일은 없으니, 젖을 짜서 먹는 것이 아

닐까 생각해 본다. 마치 우리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품에 안고 귀여워 하는 것 처럼, 아이들 모두가 번갈

아 가면서 염소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근처에서 나뭇잎을 따와 꼴을 먹여주기도 하였는데, 사람

이 먹고 버린 과일 껍데기 등을 주면 잘 먹었다.























물론 개도 한 마리 키우고 있었다.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소년이 말린다. "조심해요. 물어요."

그녀는 어머니 였다. 태어난지 얼마안 된 새끼들에게 젖을 물렸다. 사실 어미도 참 말랐는데 말이다.

그래도 새끼들은 토실토실 하다. 축 늘어진 엄마의 젖을 잘도 빨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이대로 일 백시간이 흘러서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의 침대를 빌려서 잠을 청하고, 지역색이 잔뜩 묻어나는 음식을 먹고. 몸짓으로 이야기 하고. 함께

학교에 가고.









잠시 후, 우리는 또 다른 방에 모였다. 아쌈주의 전통 댄스를 보여주겠다고 해서이다. 침대 한 켠에는

DVD며 CD가 가득하다. 노래가 나오는 부분으로 돌려서 볼륨을 크게 틀었다. 한 마음이 되어, 우리에게

전통 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전기가 약한 탓에 계속해서 전원이 나갔지만 순수한 아이들은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재생시켰다. 부단히 노력한 결과, 두 소녀의 아쌈 전통 춤을 볼 수 있었다.




나가온 어느 민가의 두 소녀들이 선보이는 아쌈 주 전통 춤 (1)

예쁜 얼굴의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옆집 아이. 남매 중 소녀와 친한 친구 사이였다.

미모가 빼어나 사진 세례를 많이 받았지만 조금은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도 다른 아이

들이 워낙 착해서 인지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압이 약해서 볼륨을

크게 하니 전원이 내려가는 듯 했다. 갑자기 음악이 끊겨버리니 민망하고 아쉬워 했다.




나가온 어느 민가의 두 소녀들이 선보이는 아쌈 주 전통 춤 (2)

영상 속 성인여성이 유일하게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Mala라는 이름을

알려주었으며, 두 남매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주홍색 티셔츠를 입은 소년은

말이 없었지만 우리에게 춤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텔레비전을 만지며 노력해주었다.












이제 떠나가야 할 시간.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Mala는 내 수첩에 번호를 적어주었다.


7399832798

8822080445 (Mala Medhi)

9854452135 (Mala)


모든 가족들이 밖으로 나와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온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며 손을 흔들

어 주는 모습이 정겹다. 이 곳의 정확한 주소도 알 수 없고, 그들이 적어준 여러 개의 전화번호에 어떻

게 전화를 해야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이 곳은 구와하티에서 카

지랑가 국립공원으로 차량 이동 중 반드시 들리게 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또 이 곳을 찾게 될 날

이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언제일까? 내가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인도를 포기하고 다시 이 먼 곳까지 찾아

올 용기가 있을까?


다다음 날, 콜카타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구와하티로 돌아오면서 이 곳을 스쳐지나갔다.

버스에 탔던 모든 사람들은 '어어어어!'라는 탄성을 질렀다. 잠시 차를 멈추고 다시 들리고 싶은 그 곳,

인도에 동행했던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따스한 추억을 불어넣어 주었던 곳. 우리는 그 곳을 '노가온의

한 민가'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혼자서는 찾아갈 수 없고 기차를 타도 어디서 내려야 할지 알 수 없다. 자동차를 렌트하고 운전수를 고

용해서 카지랑가로 향하다가 눈에 익은 풍경이 나타나면 차를 세워야 한다. 그러면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기약이 없는 미래에, 다시 이 곳에 들른다면 소년은 어엿한 청년이, 소녀는 아리따운 숙녀가 되

어있지 않을까? 짧았음에도 그립다. "노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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